1.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처음으로 또렷해지다

10분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를 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쯤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상 글로 생각을 적기 시작하자, 그 믿음은 생각보다 허술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머릿속에서는 분명히 알고 있다고 느꼈던 생각들이, 글로 옮기려는 순간 자꾸만 흐릿해졌다. 어떤 감정인지 정확히 표현하지 못해 문장을 몇 번이나 지웠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설명하려다 스스로 막히는 경우도 많았다.
이 과정은 꽤 낯설었다. 생각은 늘 머릿속에 있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정리되지 않은 채 떠다니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체감했다. 1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왜 이렇게 느꼈지?, 이 감정의 출처는 뭘까?, 나는 왜 이 상황에서 유독 예민해졌을까? 같은 질문들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질문들이 평소에는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상에서는 감정을 느끼는 즉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 버리기 바빴다. 기분이 좋으면 그냥 좋은 채로, 기분이 나쁘면 이유를 깊이 따지지 않은 채 흘려보냈다. 하지만 글쓰기라는 멈춤의 시간이 생기자, 나는 처음으로 내 생각과 감정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글을 쓰다 보면 아, 나는 이런 상황에서 불안해지는 사람이구나, 나는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유독 말수가 줄어드는구나 같은 깨달음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누군가가 알려준 것도, 책에서 배운 것도 아닌, 내가 쓴 문장들 속에서 발견한 나의 모습이었다. 이 경험은 자기 인식의 출발점이 되었다. 막연히 이런 성격인 것 같다고 생각하던 나를, 이런 패턴으로 생각하고 반응하는 사람으로 구체화해주었기 때문이다.
10분 글쓰기는 나에게 거울 같은 역할을 했다. 꾸미지 않은 생각,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울. 그 거울 속의 나는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분명히 이전보다 훨씬 선명했다. 그리고 자기 인식은 이렇게, 선명해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2.반복되는 문장이 드러내는 나만의 사고 패턴
글쓰기 루틴을 며칠, 몇 주 이어가다 보니 또 하나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바로 생각의 반복 패’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루하루의 글은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비슷한 문장 구조, 비슷한 질문, 비슷한 결론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글 속의 나는 꽤 일관된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새로운 일을 앞두고 항상 잘 해낼 수 있을까보다 혹시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를 먼저 걱정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 생각은 여러 날의 글 속에서 조금씩 다른 표현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조심성 있는 성격이라고 넘겼던 부분이었지만, 글을 통해 보니 그것은 분명한 사고 패턴이었다. 그리고 이 패턴은 나의 선택과 행동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또한 나는 감정이 생겼을 때, 그 감정을 곧바로 표현하기보다는 먼저 이 감정이 합당한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글 속에서 나는 자주 이 정도로 속상해하는 게 맞나?, 내가 예민한 건 아닐까?라는 문장을 쓰고 있었다. 이 역시 반복되는 패턴이었다. 10분 글쓰기는 이런 사고 습관을 그대로 드러내 주었고,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의 생각 방식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인식에서 중요한 것은 좋고 나쁨의 판단이 아니라 알아차림이라는 사실도 이 과정에서 깨달았다. 내 사고 패턴이 항상 나를 힘들게 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떤 패턴은 나를 보호해주기도 했고, 어떤 패턴은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다만, 그것들이 자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글쓰기를 통해 반복되는 문장을 발견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선택의 여지를 갖게 되었다. 아, 내가 지금 또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는 순간, 반드시 그 패턴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가 생겼다. 이것이 바로 10분 글쓰기가 준 자기 인식의 핵심적인 효과였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인식하는 힘이 생긴 것이다.
3.나를 아는 만큼 삶의 선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기 인식이 깊어지자,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삶의 선택 기준이었다. 이전에는 남들도 이렇게 하니까, 이게 더 효율적이니까라는
이유로 선택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나의 사고 패턴과 감정 반응을 알게 되자, 점점 이게 나에게 맞는가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삶을 극적으로 바꾸는 변화라기보다는, 아주 미묘하지만 분명한 방향 전환에 가까웠다.
예를 들어, 나는 스스로를 생각보다 쉽게 지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글 속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던 피로, 과부하, 혼자 있고 싶다는 표현들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신호였다. 이 자기 인식 이후, 나는 일정과 약속을 잡을 때 조금 더 여유를 두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지라며 넘겼을 선택들을, 이제는 한 번 더 고민하게 되었다.
관계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나는 모든 관계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걸 글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종종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 인식은 관계를 끊게 만들기보다는, 나에게 맞는 거리감을 찾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죄책감이 아니라,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였다.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는 감정이 생기면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지금은 아,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기 인식은 자기 비판을 줄이고, 자기 이해를 늘려주었다.
이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10분 글쓰기는 여전히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 10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진지하게 대한다. 하루 중 유일하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검열 없이 바라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시간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나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려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10분 글쓰기가 나에게 준 놀라운 효과는 충분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