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생각부터 정리하는 습관이 모든 행동의 출발점이 되다

10분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늘 행동부터 바꾸려고 했다. 운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갑자기 주 5회 계획을 세우고, 독서를 하겠다고 하면 한 달 목표 권수를 정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습관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의지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문제는 시작 방식에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부터 바꾸려 했던 것이다.
10분 글쓰기를 꾸준히 하면서 가장 먼저 생긴 변화는 생각을 글로 꺼내는 습관이었다. 오늘 왜 피곤한지,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어떤 일이 부담스러운지를 글로 적다 보니 행동의 원인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운동을 미루는 날이 반복될 때, 예전 같으면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판단했겠지만, 글을 통해 들여다보니 실제로는 일정 과부하와 피로가 원인이었다. 이 깨달음 이후 운동 습관을 만들 때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무작정 횟수를 늘리기보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 5분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이처럼 글쓰기는 나에게 ‘행동 이전의 사고 정리’를 습관으로 만들어주었다. 생각이 정리되니 행동에 대한 저항감이 줄었고, 행동이 실패하더라도 그 이유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습관 형성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이 생겼다. 무엇을 해야 할지가 아니라, 왜 하지 못하는지를 먼저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변화는 일상의 사소한 선택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리정돈, 수면, 식습관처럼 늘 마음에 걸리던 영역에서 일단 해보자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가능한 수준은 어디까지일까를 먼저 묻게 되었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이 자리 잡자, 다른 습관들도 무리 없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2.10분이라는 기준이 다른 습관의 문턱을 낮추다
10분 글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의 크기였다. 짧아서 부담 없고, 짧기 때문에 실패해도 타격이 적었다. 이 경험은 자연스럽게 다른 습관에도 적용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새로운 습관을 시작할 때 자동으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걸 10분으로 줄이면 어떨까?
이 기준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독서를 예로 들면, 예전에는 한 챕터를 읽지 못하면 아예 책을 펴지 않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글쓰기 루틴 덕분에 10분만 읽기라는 기준을 세우자 책을 집어 드는 날이 훨씬 많아졌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읽었느냐가 아니라, 읽는 행동 자체를 지속했다는 사실이었다. 결과적으로 독서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운동 역시 마찬가지였다. 헬스장에 가는 것이 부담스러운 날에도 집에서 10분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근력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이것이 과연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글쓰기 루틴에서 이미 작은 행동의 누적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그 의심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실행이 아니라, 흐름을 끊지 않는 것이었다.
이 ‘10분 기준’은 습관을 대하는 심리적 태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실패의 기준이 낮아지자 시도 자체가 늘어났고, 시도가 늘어나자 습관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습관을 지켜야 할 약속으로 느꼈다면, 이제는 선택 가능한 행동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차이는 지속성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냈다.
10분 글쓰기는 단순한 글쓰기 습관을 넘어, 삶 전반에 적용 가능한 행동 기준을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나를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3.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습관을 붙잡아주다
글쓰기 루틴이 다른 습관 형성에 영향을 준 가장 깊은 이유는, 나의 정체성이 조금 바뀌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는 무언가를 시작했다가 쉽게 그만두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습관을 시도할 때마다 은근한 불안이 따라왔다. 이번에도 오래 못 가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매일 10분 글쓰기를 이어가며, 나는 점점 기록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잘 쓰는 사람은 아니더라도, 꾸준히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이 정체성은 다른 습관을 유지하는 데 예상보다 큰 역할을 했다. 운동을 한 날, 책을 읽은 날, 정리를 한 날을 짧게라도 기록하다 보니 행동이 기억으로 남았고, 기억은 다시 행동을 불러왔다.
기록은 습관의 증거였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나는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주는 증거였다. 이 증거가 쌓일수록 습관을 포기하기 어려워졌다. 하루를 완벽하게 보내지 못해도, 기록할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날은 완전히 실패한 날이 아니게 되었다.
또한 기록은 습관의 변화를 눈에 보이게 해주었다. 예전에는 습관이 생겼는지 아닌지 체감하기 어려웠지만, 글로 남기니 변화가 분명해졌다. 어떤 날은 글 속에서 오늘은 몸이 가벼웠다라는 문장이 반복되고, 어떤 날은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됐다라는 표현이 늘어났다. 이런 작은 신호들이 쌓이면서 습관은 점점 삶의 일부가 되었다.
결국 10분 글쓰기는 나에게 단 하나의 습관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습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만들어주었다.
이 믿음은 어떤 습관보다도 오래 남았고, 지금도 새로운 행동을 시작할 때 나를 조용히 밀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