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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루틴 실패한 날의 기록과 다시 시작하는 법

by blogger16578 2025. 12. 27.

1.쓰지 못한 날이 남긴 감정은 게으름이 아니라 부담이었다

글쓰기 루틴 실패한 날의 기록과 다시 시작하는 법
글쓰기 루틴 실패한 날의 기록과 다시 시작하는 법

 

루틴을 시작하고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며칠 동안 잘 이어오던 흐름이 한 번에 끊어졌을 때였다. 특별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유난히 피곤한 날이었고, 생각이 많았고,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 날이었다. 하루를 건너뛰고 나니 글쓰기가 갑자기 훨씬 더 무거운 일이 되어 있었다.

그날의 나는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실제로 느꼈던 감정은 게으름이 아니라 부담에 가까웠다. 하루 빠졌으니 다시 시작하려면 잘 써야 할 것 같아라는 생각, 어중간하게 쓰느니 안 쓰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겹치면서 키보드 앞에 앉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실패는 단 하루였지만, 그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이 나를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글쓰기를 하지 않은 날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루틴은 위태로워졌다. 그 하루를 예외가 아니라 ‘실패’로 규정하면서, 글쓰기는 다시 해야 할 일이 아닌 부담스러운 과제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를 아끼고 중요하게 여길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다.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루틴이 깨지는 진짜 이유는 행동의 중단이 아니라 감정의 해석이라는 사실이었다. 하루를 건너뛰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그 하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음 날의 행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실패한 날이 문제였던 게 아니라, 그 실패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문제였다는 걸 인정하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2.실패한 날도 기록한다는 원칙이 다시 흐름을 만들었다

글쓰기 루틴을 다시 이어가기 위해 내가 처음으로 바꾼 것은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언제 쓰느냐도 아니었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어떤 날을 기록할 수 있는 날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었다. 이전에는 글을 쓴 날만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쓰지 못한 날 역시 기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날, 나는 일부러 제대로 된 글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전날 왜 쓰지 못했는지를 적었다. 피곤했다, 생각이 많았다, 잘 써야 할 것 같아서 미뤘다 같은 문장들이었다. 그 글은 완성도도 없고, 구조도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실패를 설명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사실로 적어내려갔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글쓰기 루틴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주었다. 글쓰기를 성공한 날의 기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남기는 행위’로 다시 정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의가 바뀌자, 실패한 날은 더 이상 루틴의 적이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실패를 기록함으로써 루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또 하나의 변화는, 실패한 날을 기록하면 그 다음 날이 훨씬 쉬워진다는 점이었다. 어제의 공백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도 줄어들었다. 이미 끊어진 흐름을 글로 한 번 이어 놓았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일은 새로 시작이 아니라 조금 늦게 이어 쓰기에 가까웠다.

이 원칙은 이후 글쓰기 루틴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완벽한 날만 기록하려는 태도를 버리자, 오히려 기록할 날이 늘어났다. 실패한 날의 기록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멈췄어도 괜찮아. 하지만 완전히 사라질 필요는 없어. 이 문장을 스스로에게 건네는 순간, 글쓰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3.다시 시작하는 힘은 의지가 아니라 기준을 낮추는 용기였다

글쓰기 루틴을 다시 시작하며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다시 시작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강한 의지가 아니라 기준을 낮추는 용기라는 점이었다. 예전의 나는 루틴이 깨지면, 그 다음에는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루를 놓쳤으니, 다음에는 더 깊은 글을 써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오히려 시작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시작할 때 세운 나만의 규칙은 아주 단순했다. 다시 시작하는 날의 글은 절대 길 필요가 없다. 심지어 10분을 다 채우지 않아도 괜찮다고 정했다. 문장이 아니라 단어 몇 개만 적어도, 그날은 성공한 날로 취급했다. 이 기준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 부담이 사라지자 행동이 돌아왔고, 행동이 돌아오자 다시 흐름이 생겼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루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루틴은 꾸준함을 증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다시 일상으로 데려오는 장치였다. 그래서 루틴에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입구가 필요했다. 기준을 낮추는 것은 퇴보가 아니라, 복귀를 위한 전략이었다.

지금도 가끔 글쓰기를 건너뛰는 날이 있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대신 다음 날 이렇게 적는다. 어제는 쉬었다. 그 한 문장으로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끊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끊어졌을 때 돌아오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쓰기 루틴 실패한 날의 기록은 나에게 실패를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실패를 없애려 하지 않고, 실패 이후의 행동을 준비하는 것. 그것이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진짜 힘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루틴이 무너지는 날이 와도, 그날이 끝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시작하는 방법을 이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