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많았지만 정리되지 않던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글쓰기 루틴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머릿속이 늘 복잡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하루를 살아가며 수많은 생각을 하지만, 그 생각들이 어디에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계속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걱정되는 일, 괜히 마음에 남는 말 한마디까지 모두 머릿속에 쌓여 있었고, 그것들이 서로 뒤엉켜 정리되지 않은 채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이 반복됐다. 바쁘게 하루를 보냈는데도 이상하게 피로가 풀리지 않았던 이유도, 아마 이런 생각의 과부하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이 복잡함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하루를 돌아보는 짧은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오래가지 못했다. 너무 거창하거나, 반대로 너무 단순해서 감정과 생각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매일 10분 글쓰기’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그 짧은 시간이라는 조건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하루 중 10분 정도라면 어떤 날이든 부담 없이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전제가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더 이상 생각을 억지로 정리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흘러나오도록 두고 싶었다. 글쓰기는 생각을 억누르거나 다듬는 작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꺼내놓는 행위라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매일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컸다. 가끔 쓰는 기록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루틴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글쓰기는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니라, 나도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습관처럼 느껴졌다.
결국 매일 10분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는 거창한 목표나 작가가 되겠다는 꿈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생각이 너무 많아 지쳐 있었고, 그 생각들을 잠시라도 내려놓을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라는 도구를 통해 머릿속을 정리하고,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이 루틴의 출발점이었다.
시작하기 전의 망설임과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
글쓰기 루틴을 결심하고도 바로 실행에 옮기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를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학교 시절부터 글쓰기는 늘 부담스러운 과제였고,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글로 정리하는 일은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매일글을 쓴다는 말이 마음 한편에서는 은근한 압박으로 다가왔다.
특히 걱정이 되었던 건 꾸준함이었다. 무엇이든 시작은 쉬워도 유지하는 건 어렵다는 걸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며칠 하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루틴을 또 하나 만들게 되는 건 아닐까, 괜히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전제를 깔아두기로 했다. 하루를 빼먹어도 자책하지 않고, 글의 질이 엉망이어도 그냥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10분 글쓰기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불안 때문이었다. 30분이나 1시간이었다면 아마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10분은 실패해도 부담이 덜한 시간이었다. 설령 집중을 못 해도, 의미 없는 글을 써도 그래도 10분은 써봤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의 기대치라면 나 자신에게도 너무 가혹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고민은 ‘무엇을 써야 할까’였다. 특별한 이야기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평범한 일상에서 과연 매일 쓸 소재가 나올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거창한 사건이 없어도, 오늘 느낀 감정이나 스쳐 지나간 생각 하나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렇게 기대치를 낮추고 나니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의 긴장감도 조금씩 풀렸다.
이 모든 망설임과 불안을 안고서도 결국 첫날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지금 이 상태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잘하든 못하든, 한 번은 시도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불안을 조금씩 밀어냈고, 그렇게 나는 첫날의 10분을 마주하게 되었다.
첫날의 10분, 생각보다 어색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드디어 첫날,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어색했다. 타이머를 10분으로 맞춰두고 빈 화면을 바라보는데, 막상 무엇부터 써야 할지 막막했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문장으로 옮기려니 갑자기 모두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몇 초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린 채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스치듯 지나갔다.
그래도 약속한 10분을 채워보자는 생각으로, 가장 솔직한 문장을 적기 시작했다. 지금 뭐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문장이 첫 줄이었다. 그 다음 문장은 그래도 일단 쓰고 있다.였다. 그렇게 시작된 글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요즘
반복되는 생각, 괜히 마음에 남아 있던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흘러나왔다. 문장은 엉성했고,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쓰는 동안만큼은 머릿속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10분이라는 시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게 느껴졌다. 막 집중이 될 것 같을 즈음 타이머가 울렸고, 아쉬움과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지는 않았다. 첫날의 목표는 잘 쓴 글이 아니라, ‘끝까지 써봤다’는 경험을 남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기 전보다 마음이 훨씬 정돈된 상태라는 점이 놀라웠다.
첫날의 글쓰기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소박했지만, 그 소박함이 오히려 인상 깊었다. 거창한 변화는 없었지만, 분명히 작은 변화는 있었다. 생각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고 밖으로 꺼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깨달음이 남았다. 이 정도라면 내일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 하나만으로도 첫날의 10분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첫날의 경험은 이후 글쓰기 루틴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어색해도 상관없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매일 10분 글쓰기의 첫날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의 시작이 되어주었다.